경제

모든 것을 토큰화하면 정말 좋을까

Quiet Stacker 2025. 7. 4. 11:39

©국립민속박물관

https://www.bloomberg.com/opinion/newsletters/2025-07-02/the-stocks-will-be-tokenized

주식 규제의 탄생과 공모 시장 중심 체제

미국 증권 시장의 역사는 흥미로운 순환을 보여준다. 1920년대까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주식을 대중에게 판매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허위 약속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런 투기 열풍은 1920년대 절정에 달했고, 결국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의회는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거래소법을 제정했다. 이제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판매하려는 회사는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공시하며, 중요한 사건들을 공개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공개 회사에만 적용되었고, 일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 사모 기업들은 예외였다.

사모 시장의 부상

시간이 지나면서 자금 조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1920년대에는 수천 명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파는 것이 최선의 자금 조달 방법이었다면, 2020년대에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같은 한 사람에게 전화해서 100억 달러를 요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 되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사모시장에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집중되면서, 기업들이 굳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개상장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 있다. SpaceX, OpenAI, Stripe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은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판매하지 않고도 수십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Robinhood의 토큰화 전략과 그 의미

Robinhood의 CEO Vlad Tenev가 제시하는 토큰화의 기술적 이점들로 '증권사가 아닌 개인이 직접 주식 보관 가능',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통한 대규모 마진 대출 접근', '24시간 거래 가능'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장점들을 사소할 뿐이고, 진짜 목적은 "토큰화"라는 마법의 단어를 통해 공모 주식과 같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모 주식을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Robinhood는 이미 유럽에서 OpenAI와 SpaceX의 주식을 토큰화하여 일반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정상적인 공시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도 사실상 "공개상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Blackrock의 Larry Fink도 토큰화를 통해 "법적, 운영적, 관료적 마찰"을 제거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고수익 투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법적 마찰"은 바로 증권 공시 규칙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한 변주

"개인 투자자들이 아마존에서 잡동사니도 사고 밈코인도 살 수 있는데, 왜 SpaceX나 OpenAI 주식은 살 수 없나?"라는 논리는 표면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사모 기업 주식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어법이다. 사모 기업이 "사모"인 이유는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자, 미국 공개회사 공시 규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실제로는 "회사들이 공시 규칙을 따르지 않고도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토큰화가 1930년대 이후 100년간 구축된 증권 공시 체계를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2020년대 암호화폐 열풍과 그 후의 "암호화폐 겨울"은 1920년대 주식 투기 열풍과 대공황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1930년대에는 증권법과 거래소법 등의 규제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기존 규제를 해체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토큰화는 "민주적 투자", "혁신", "접근성 확대"라는 진보적 언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본질은 100년간 구축된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해체하려는 시도다. "공시 규칙을 없애야 한다"고 직접 말하면 탐욕스럽고 시대착오적으로 들리지만, "토큰화"라고 말하면 현대적이고 혁신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상태나 사업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자하게 되는 1920년대 상황으로의 회귀이다. 단순히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철학과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