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토큰을 주식으로 포장해서 파는 이유

Quiet Stacker 2025. 6. 17. 21:33

https://www.bloomberg.com/opinion/newsletters/2025-06-16/there-s-a-tron-treasury-company

전통적인 주식과 다른 토큰을 통한 자금 조달

전통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미래 수익의 일부에 대한 권리를 주식 형태로 판매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 주식은 ‘증권’으로 분류되어, 미국에서는 SEC 등록과 재무 공시 의무를 따른다. 반면 크립토 업계는 이러한 구조를 우회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개발자들은 중앙화된 회사 대신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조성하고, 해당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토큰을 발행하여 초기 자금을 모집했다. 이 토큰은 주식처럼 수익에 대한 권리를 제공하지 않으며, 발행자는 투자자에 대한 법적 의무도 없다. 정보 공시 의무도 없고, 사기가 발생해도 투자자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에는 규제가 미비했고 시장의 열기가 높아 수억 달러를 손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SEC가 이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내 투자자 대상의 판매가 어려워졌다. 동시에, 토큰이 법적 권리나 수익 배분 구조를 갖추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 조달에는 한계가 따르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큰을 법인 안에 담아 ‘상장’시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 방식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예컨대 ‘MattCoin’이라는 토큰을 만들고 일부를 보유한 후, 이를 ‘MattCoin Inc.’라는 법인의 자산으로 편입한다. 그리고 이 법인은 나스닥 등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되며, 주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토큰은 여전히 탈중앙화 생태계에 속해 있으나, 투자자는 ‘주식’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간접적으로 토큰 생태계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포장된 구조는 법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크립토 특유의 자유도를 일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TRX를 Tron Inc.로 포장해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전략의 최신 사례가 Tron Inc.이다. 저스틴 선의 트론(TRX)은 미국 SEC로부터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를 받으며, 미국 내 거래소 상장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Tron은 나스닥 상장사인 SRM 엔터테인먼트와의 역합병을 통해, 최대 2억 1천만 달러어치의 TRX를 해당 법인에 편입했다. 이 법인은 SEC 등록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TRX 토큰에 대한 간접 투자 경로가 열렸다.

Tron Inc.는 단순한 토큰 보유 법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회사 명칭과 저스틴 선의 고문 역할을 감안하면, 사실상 Tron 생태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작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Tron Inc.는 TRX 전체 유통량 중 1% 미만을 보유할 뿐이지만, TRX의 탈중앙화를 유지함과 동시에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TRX에 투자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이 구조에 매우 후한 가치를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Tron Inc.는 주당 0.50달러에 최대 4억 2천만 주를 발행해 2억 1천만 달러를 조달하고 TRX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장 당일 주가는 9.10달러까지 상승해, 주식 가치가 보유한 TRX 자산 가치의 약 18배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증시가 크립토 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증시에 등록된 주식 형태로 랩핑된 크립토’에 훨씬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